[웹진 아이사랑 제61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학대 불안, 퇴사를 결심한 워킹맘
다슬이 어머니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퇴사를 고려하게 되어서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다슬이를 사랑으로 돌봐주신다는 믿음이 있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이 행복해 보였던가 봅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보육시설의 불미스런 사건으로 모든 곳이 다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다슬이 어머니께 퇴사를 요구하는 남편과 시부모님이 원망스러울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 상담을 통해 더 참고할 만한 정보를 얻으시려고 하는 것은 아주 지혜로우신 것 같아요.
또한 다슬이 어머니께서 퇴사를 내켜하지 않는 심정도 이해가 되요. 여자들의 인권은 경제력과 관련이 많잖아요? 여자가 경제력이 없으면 가부장제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거든요. 살림하는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취감을 맛볼 수도 없고, 육아의 경제적 가치가 노동력으로 정당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다슬이 어머니께서 고민하시는 퇴사 여부와 어린이집에서 각서 받는 문제는 다슬이 어머니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시대적으로 문화적으로 이 정도의 권리는 여성에게 허락하고 있으니까요. 시부모님의 뜻대로 퇴사한다고 해서 다슬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데리고 있을 수도 없을 거고요. 그리고 남편과 시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퇴사한다면 오히려 다슬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슬이 어머니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퇴사를 고려하게 되어서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다슬이를 사랑으로 돌봐주신다는 믿음이 있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어린이집 다슬이 어머니께서 직장을 계속 다니기로 선택해 시부모님께서 서운해하실까봐 염려된다면, 시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릴 수는 있어요. 다슬이의 안전을 염려하시는 시부모님의 의도는 고맙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시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드린다고 해서 시부모님의 의견을 따른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겠지요. 구체적으로 시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드리는 방법을 말씀드린다면, 이렇게 이야기해보세요. 시부모님의 불안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알아채는 겁니다. 알아채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청을 하게 되면 시부모님보다 어머니께 유익이 될 수도 있어요. 시부모님이 바라는 것 단순히 며느리의 퇴사가 아니라 손녀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게 되는 거죠.
이 말을 들은 시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와 같은 경청법으로 고부 갈등이 감소했다는 실제 사례들은 아주 많아요. 다만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아요.
직장에 계속 다니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나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겠지요. 경제력이 있으면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적어도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억울한 경험을 참아야 하는 상황은 줄어들 거예요. 퇴사하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나 나의 경제력을 과시할 수가 없어요.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시댁과 관여할 상황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요. 다슬이 어머님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따라오는 모든 결과를 본인이 기꺼이 감수하고 책임지면 되겠지요.
하루 종일 얼굴 보기도 힘든 아빠는 생활비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친밀해질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잠깐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에 훈육하면 자녀로부터 거부당하고,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소외되어 따돌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버지가 번 돈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언제나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보살펴 주는 어머니만큼 사랑이 느껴지지는 않겠지요?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고 외할머니가 육아를 한다면, 어머니는 위에서 말한 아빠 역할, 그리고 외할머니가 엄마 역할을 맡는 셈이네요. 물론 부모의 헌신이 자녀에게 인정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사랑’이라고 느껴지는 역할을 자녀는 더 원한다는 뜻일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의 가르침을 더 잘 따른다는 얘기지요.
어떤 사람은 성공을 돈, 명예를 갖는 것,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지위와 권력을 갖는 것, 즉 힘을 갖는 것이라고 여기죠. 또 어떤 사람은 성공을 내 자녀를 행복한 사람으로 기르는 것,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받는 것, 자녀가 힘들 때 언제라도 위로받기 위해 찾아올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는 것, 부모의 훈육이 거부당하지 않고 자녀에게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고 여기고요.
그런데 슬프게도 힘을 가진 사람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힘이 있는 사람은 나의 힘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없고,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없어져요. 그 결과 대체로 힘이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게 되죠.
본고는 집필자의 개인의견이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힘
국내 대학 및 한국산업카운슬러아카데미 등에서 상담 교수로 재직하며 1:1 맞춤상담 및 소그룹과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서 ‘불행한 십대를 도우려면’ (원저:Unhappy Teenagers by Dr. William Glasser)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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