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7호] 부부탐구중

부부탐구중
나는 가족이 어렵다!
가족사진
성격차이? 더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어요.
부부, 공동의 목표를 찾아라!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아내와 함께 하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결혼을 몇 번이나 실패하신 내 아버지 역시 같은 생각을 하신 듯하다. 세 번째 아내와 함께하기 위해 같은 브랜드의 자전거를 구입하신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아내와 연애할 때 처음 시도한 운동은 인라인 스케이트였다. 하지만 딱 한 번 타보고 그만 두었다. 아내는 기본적인 동작은 금방 익혔지만 속도를 무서워해서 실력이 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스키나 스노우보드 역시 시도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내 역시 나와 함께할 취미를 찾았다. 피아노 전공자인 아내에겐 가끔 연주회 티켓이 생겼다. 나도 클래식 음악이 싫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연주회에 갔다. 하지만 처음 듣는 지루한 곡들은 졸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연주회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 버렸다.
나처럼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아내처럼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같은 취미를 갖기 어렵다. 영화조차도 나는 호러나 SF를 좋아하는데 아내는 멜로를 좋아한다. ‘라면 먹고 갈래?’로 유명한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졸리기만 했다.

감사하게도 결혼 후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여행이다.

서른 살이 다 되도록 배낭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한 우리는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으로 가기로 했다. 결혼한 선배들이 출국은 함께하고 귀국은 따로 할 수 있다면서 말렸다. 하지만 우리는 추진했고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33일 동안 두 번 정도 작은 다툼이 있었을 뿐 내내 너무 행복했다. 이후의 모든 여행도 계속 행복하기만 했다. 우리 부부는 역마살이 단단히 끼어있었다.

두 번째는 자전거다.

내가 먼저 운동과 출퇴근을 병행하기 위해 시작했다. 첫째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어 함께 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도 같이 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로 40km를 완주한 아내는 다음 날까지 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다시는 장거리 자전거를 안 탈거라고 맹세하더니 반 년 후엔 70km를 완주했다.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 것이다. 이후 시간이 될 때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뻗은 자전거 도로를 누볐다. 자전거를 타면서 그간 쌓인 대화를 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 더 가까워진 마음이 들었다.

세 번째는 캠핑이다.

아내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았다. 불편한 바닥도 내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벌레를 너무 싫어했다. 그럼에도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건전한 취미라서 동참하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캠핑은 너무 분주하다. 텐트 설치하고 밥 하고 설거지 하고 아이들 씻기면 낮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하지만 집과 달리 해가 떨어지면 곯아떨어지는 아이들 덕분에 부부의 시간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따뜻한 모닥불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도 함께 따뜻해 졌다.
우리 가족은 올 봄에 자전거 캠핑 여행을 계획 중이다. 자전거에 캠핑 짐을 싣고 하루 동안 갈 수 있는 거리까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결혼생활의 끝을 바라보라!
단순히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같은 마음을 품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함께 동행하는 가치를 깨닫고 속도를 맞춰야 한다.
우리 부부가 배낭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행서적을 참고하여 ‘많이 보려는 것’에서 ‘함께 하는 동행’으로 목적을 수정한 덕분에 크고 작은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 혹 갈등이 생겨도 이내 목적을 생각해 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혼자 빨리 가기보다 함께 멀리가기 위해 동행했던 33일 간의 훈련이 이후 결혼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끝을 바라볼 때 성공적인 과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여행이나 결혼이나 마찬가지이다.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어떤 갈등이라도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어긋난 발걸음을 다시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발이 맞았다고 내일도 맞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다. 변함없는 진리조차도 상황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그릇에 담긴 물처럼 말이다. 변함은 없으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

부부가 결혼생활의 끝을 함께 바라보지 못하면 이미 끝이나 마찬가지다. 성격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를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성격차이 때문에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된 것 아닌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보완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성격차이가 클수록 더 좋은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때 그렇다.
나는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성품이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격과 성품에 대한 이해를 위해 외향적인 성격에 훈련되지 않은 성품을 가진 내 딸 이야기를 해야겠다.
하루는 5살 된 딸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는데 마침 통통한 5학년 언니가 먼저 타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딸의 입에서 대뜸 ‘이 언니 돼지다.’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나도 5학년 언니도 당황스러웠다. 내가 얼른 미안하다고 했지만 1층에 도착할 때까지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남을 배려하는 ‘성품’이 훈련되지 않은 어린 딸은 자기 ‘성격’대로 말을 내뱉었다. 만약 어른들이라면 한바탕 싸움이 났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부들이 종종 5살 된 내 딸과 다를 바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속에 있는 말을 자기 성격대로 다 꺼내놓거나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고 자기 성격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상황에 적합한 말은 잘 조각된 사과가 은쟁반 위에 놓인 것 같이 아름답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미리’ 할 말을 준비하고 ‘인내함으로’ 적당한 때를 기다려서 ‘용기있게’ 말로 표현해야 한다. 자기 성격대로 살지 말고 자신과 남을 배려하는 성품으로 살아야 한다. 자신을 건강하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남도 건강하게 배려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품의 삶은 타인과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부부가 자신들의 성격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성품에 초점을 맞추고 살면 대부분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공동의 목표를 찾아 동행하는 부부

부부라서 하나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라. 끝을 바라보며 목표를 점검하고 함께 발을 맞추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하나 되기를 포기하고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두지 말아라. 그런 인생은 이미 끝난 인생이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끝을 바라볼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 함께 바라보고 함께 꿈꾸고 함께 도전하라.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삶이 이어지듯 부부관계 역시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이어지기 마련이다. 상대방 탓 만 하지 말고 스스로 먼저 행동해 보면 좋겠다.

이를 위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라. 부부가 함께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배우자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죽으면 자녀들이 우리 부부를 어떻게 평가할까?

건강한 부부, 행복한 결혼생활을 나는 어떻게 정의할까?

끝에 서서 바라보면 오늘을 사는 관점이 달라진다. 관계의 기준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과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찾아 동행하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

글ㆍ박준영

[저서] 욜로 패밀리(2019) ‘한 번뿐인 인생, 가족 혁명 프로젝트’,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감정공부(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