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공모 최우수작

장애(障碍)란 이름으로 나에게 다가온 장애(長愛)

임미숙 (서울 꿈마루어린이집)

처음 너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두려움과 무서움이었단다.
눈물부터 났던 나의 첫 모습이 생각나는구나. 이렇게 보석 같은 너 인줄 모르고 말이야.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무엇을 가르쳐? 아니 도와줄 수는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선생님은 겁이 났고 눈물이 먼저 나왔단다. 이토록 아팠던 아이를, 그러나 이렇게 밝고 명랑한 아이를, 그리고 고집불통인 너를 어떻게 만날까? 매일같이 걱정을 했던 선생님이었어.

하지만, 사랑하는 너를 만난 후에 그런 걱정이 아무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았단다. 처음에는 엄마를 찾던 네가 서서히 선생님을 따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에서의 생활도 적응해 가는 널 보면서 많이 감사할 수 있었단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엄마에게 ‘선생님이 좋아~’라고 표현을 하였다고 처음 들었을 때 선생님은 정말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선생님의 마음을 조그만 네가 알아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5살 반에서 4살 꼬꼬마가, 시력도 좋지 못한 네가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주었다는 생각에 참 감사했단다.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선생님은 엄마의 마음을 다 따라가지는 못할 거야. 그래도 너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보면서 노심초사하며 보던 순간들, 혹여 넘어지지는 않을까? 부딪히지는 않을까? 하였지만 정말 씩씩하게 다니던 너의 모습에 매 순간이 감격이었단다.
어린이집에 와서 한 달이 지나도록 화장실 한 번 안 가던 네가 선생님을 신뢰하며 화장실에 가고 그 무서워하던 물 내리기도 성공한 날을 기억하니? 지금은 혼자서도 잘하는 널 볼 때마다 지난 일들이 매일 매일 스쳐지나간단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며 선생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단다.^^

선생님만 찾던 네가 친구들을 찾고 여전히 시력은 약하지만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네가 참 좋아. 이런 선생님의 마음을 너는 알까? 선생님도 세상을 살면서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너는 그 중에서도 정말 특별한 것 같아. 명랑한 너의 모습과 자신감 있는 너의 표정, 그리고 사랑스런 애교는 선생님에게 커다란 활력소가 된단다.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온 너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어. 귀가 후에 너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단다.
고집을 부릴 때에는 선생님 마음도 속상하고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까?’ 막막해질 때도 있고, 울면서 땡깡을 부릴 때에도 ‘휴우….’하면서 한숨이 지어질 때도 있는데 선생님한테 와서 배시시 웃으면 휘리릭~ 날아가고 어느새 선생님은 널 안고 있구나. 참 신기하지?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란다.

성경에 보면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리 훌륭한 노래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 있단다. 선생님이 완벽하게 사랑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너’라는 존재를 만나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의무나 교육적인 기술이 아닌 사랑을 주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 선생님은 너를 보면서 사랑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

네가 했던 말 중에 선생님이 잊지 못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낮잠 시간에 선생님한테 꼭 안겨서 “내가 선생님 더 많이 사랑해”라고 했던 말이야. 너의 귀에 대고 속삭였던 사랑해~ 라는 말이 더 크게 돌아오는 순간 ‘이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은 널 더 꼭 안을 수밖에 없었어. 눈물이 핑~ 돌았거든.

네가 세상을 살면서 따스했던 기억, 사랑을 기억한다고 할 때 너의 이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너를 선생님도 오래 오래 기억할거거든.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마음 한켠에 따스함으로 남아있기를….
앞으로도 건강하고 우리 더 많이 길게 길게 사랑하면서 지내자.
선생님이 많이많이 사랑해!!! 박. 지. 민.

2015년 4월 봄비 오는 날 임미숙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