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아이사랑 제59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Q. 동갑내기 사촌에게 치이는 아이, 어떡하죠?
A.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따져 보세요!
솔직한 고백이네요. 언니를 도와주고 경제적 여유도 갖고 싶은데, 조카를 돌보는 상황이 여간 힘든 게 아니죠. 게다가 체격도 크고 욕심 많은 조카에게 우리 아들이 치이니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조카를 계속 키워야 하나 고민이 되는 거죠. 관계가 망쳐질까 두렵기도 하고, 돈이 아쉽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어머니처럼 갈등을 겪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일반적인 해결 방법은 손익을 따져 보거나 더 중요한 가치를 따져 보는 거지요. 우리 아이가 치이는 손실과 경제적 이득 중에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따져 보죠. 또 나에게는 돈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관계가 더 중요한지, 그 가치를 따져 보기도 하고요. 이런 해결 방법도 좋기는 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치이지도 않고, 관계도 좋아지고, 돈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참 좋겠지요? 좀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아요.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면요.
갈등 상황은 훈련의 기회!
우선 ‘나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로 남겨 주고 싶은가?’를 생각해 볼게요. 어떤 분은 아이에게 많은 유산이나 안락함을 누리게 해주고 싶을 수도 있고요. 어떤 분은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갈등대처 능력을 길러주고 싶을 수도 있어요. 후자의 경우라면, 어릴 때 이런 훈련을 미리 해두면 좋겠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더 많은 갈등 상황에 접할수록 더 많은 훈련 기회가 있고요.
세 가지의 갈등대처 방법을 소개하면 이래요.
권위주의적인 방법은 엄마가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고 아이를 문제 상황으로부터 보호하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는 순하기는 하나 자기 앞가림을 하지 못하겠죠. 허용적인 방법은 엄마가 아이를 문제 상황에 내버려 두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는 자기 앞가림은 하나 공격적인 아이가 되겠죠. 민주적인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과 네가 원하는 것 모두 얻을 방법을 함께 의논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아이는 갈등 상황을 한번 해결할 때마다 IQ와 EQ가 발달하게 되겠지요? 조카와 함께 지내는 것은 아이가 더 많은 갈등 상황을 경험하게 되겠네요. 민주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사용하면 아이의 IQ와 EQ가 높아질 기회도 더 많고요. 그러려면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면 좋겠죠. 민주적 갈등 해결 기술을 배우면 더 좋고요.
욕심이 많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덩치도 크고 욕심도 많은 조카가 양손에 본인이 원하는 장난감을 다 쥐고도 뭐가 그렇게 분한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아파트가 떠나갈 듯’ 하니, 이기적이고 거친 아이로 보일 거예요. 욕심이 많다는 것은 ‘아무도 내 마음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나를 챙겨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온 행동 패턴이겠지요? 즉, 마음이 굶주려 있으면 욕심이 많아져요. 욕심 많은 아이는 돌봄을 받지 못해 마음이 굶주리고, 악순환이 되죠. 욕심이 많은 아이는 ‘제 마음이 굶주려 있어요.’라는 신호를 울음으로 보내는 것이겠지요. 못된 사람이 측은하게 여겨지면 따뜻하게 돌봐 주는 것이 쉬워져요. 이모로서 조카를 자기 자식처럼 기르기는 누구라도 어려울 거예요. 엄마처럼 대하기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 아이에게도 엄마 역할 대신 그렇게 하면 더 좋겠지만요. 역할이란 일종의 페르조나라서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고 타인과의 진정한 만남에 장애가 되거든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이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중히 여기며,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겠지요. 즉,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돌봄은 귀한 직업입니다!
국내 대학 및 한국산업카운슬러아카데미 등에서 상담 교수로 재직하며 1:1 맞춤상담 및 소그룹과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서 ‘불행한 십대를 도우려면’ (원저:Unhappy Teenagers by Dr. William Glasser)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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