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8호] 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감염병에 대처하는 어린이집의 자세

사람과 사람사이, 단체나 모임을 통해 형성된 관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행동규칙이나 규범이 있는데 이것을 ‘에티켓’이라고 한다. 에티켓은 곧 ‘예절’을 의미하는데 이를 무시할 경우 주변으로부터 소외당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어린이집과 보호자 간에도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 게 문제다.

다양한 사고방식 때문이라거나 무지와 방관으로 자칫 선을 넘었다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몇 가지 사례들을 함께 돌아보고자 한다. 일러둘 것은, 해당 내용이 모든 어린이집의 경우라고 일반화할 수 없으며, 이 땅의 많은 부모와 교직원이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

신입원아 적응기에 휴대폰만 보는 A보호자
코로나19로 휴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린이집은 이제야 신학기 적응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올 해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5월부터 어린이집 휴원이 해제된 6월이 되어서야 적응기가 시작되었다. 신입원아 적응기에는 보호자가 원내에 아이와 함께 머무르며 아이가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대개의 보호자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키울 수 있도록 활발히 상호작용을 해준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교사가 아이의 기질이나 놀이성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보호자의 경우, 아이의 적응 시간 내내 본인의 휴대폰만 보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있어 표정을 알 수가 없으니 아이는 불안하고 교사는 눈치가 보인다. 차라리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 아이에게 나을 수도 있겠다. 내 아이의 행복한 첫 사회생활을 위해 보호자 님의 휴대폰은 잠시 꺼두는 것이 어떨까.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B보호자
어린이집 하원 시에도 지켜야할 에티켓이 있다. B보호자는 오늘도 하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벨을 누른다. 잠시 뒤 어린이집 문이 열린다. B보호자는 천연덕스럽게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교실까지 들어와 서는 하원 준비를 하고 있는 자녀와 반갑게 얼싸안는다. 보기에 따라 사랑이 넘치는 애틋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반대편 상황을 보자. 이미 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보호자들, 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 모자라서도 문 밖에 서서 기다릴 여유가 많아서도 아니다.

B보호자가 선을 넘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불쾌감을 갖게 된다. 더 큰 염려는 자신들의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던 교실 안 아이들의 동요다. 아이들 중에는 몇 시간을 더 어린이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예민한 경우 갑작스런 친구 엄마의 등장으로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내 아이가 질서를 지키며 안전하게 자라나기 바란다면 가장 좋은 선생님인 보호자부터 기다림을 받아들이자.

수면잠옷 차림의 C보호자
부모님들께 ‘어린이집’이란 어떤 곳일까? 등원이든 하원이든 가리지 않고 수면 잠옷 차림으로 어린이집에 오는 C보호자가 있다. 한 마디로 난감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러 나갈 때 수면 잠옷 차림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일반 상식이지 않은가. C보호자의 잠옷 차림은 보여지는 하나의 비언어다. 그의 무심한 행동으로 교직원들이 위축이 된다면 예민한 반응일까. 교사로서의 자존감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보호자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카더라의 시작과 끝인 D보호자
맘 카페는 보호자들이 자녀를 양육하며 도움이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필요한 물품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다. 그런데 때때로 팩트가 아닌 ‘~카더라’ 라고 하는 추측성 글이 파장을 일으킨다. 문맥이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자극적인 표현의 게시물로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집도 이로 인한 고충은 피해갈 수 없다.

D보호자는 유독 맘 카페에 열성적이다. D보호자가 올리는 게시물은 인기가 많아 조회수도 높다. 왜냐하면 이슈적인 소재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D보호자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체 간 충분한 대화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이다보면 더 세고 거친 공격적인 단어를 찾게 된다. 말과 글로 베인 상처는 위험하다. 상처의 자리가 분산되어 있어 치유가 더디고 생각지도 못한 후유증으로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살고 끝나는 삶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지키고 키워내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씩만 더 배려하자.

아이에게만 인사를 시키고 눈 맞춤도 없는 E보호자
내 아이가 예의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것이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보호자의 마음일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도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연구하며 교육에 참여한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 미래의 기초가 되는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했을 때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덕목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바라보는 보호자는 아이 인생의 그림자이다. 등·하원 시 마중을 나온 선생님께서 공수로 손을 모으고 인사를 건네면 아이 뒤통수를 누르며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라고 강제인사를 시키고 정작 본인은 선생님과 눈 맞춤도 하지 않는 E보호자가 있다. 마스크 너머 거리가 참 멀게 느껴진다. 전달사항이라도 있는 날이면 선생님은 긴장부터 된다. 인사예법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첫 걸음이다. 우리 어린이집 교직원들이 보다 솔선수범하여 인성의 기본이 되는 예의바른 인사를 드려야겠다. 따뜻한 눈 맞춤 한번이 아쉬운 시대다.

각각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우리는 다 같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아이들을 통해서 연결된 소중한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부모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공감으로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고 있다. 고운 미소와 따뜻한 태도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래를 선도해 나갈 더욱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것을 믿으며 부모 된 우리가 먼저 서로를 위한 에티켓을 올바로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글·고은미(다니엘어린이집 원장)
편집ㆍ웹진 아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