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네가 공부에 뜻이 깊지 못해 걱정이구나. 만일 집에 있으면서 그저 일없이 세월만 보내면 공부와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조용한 산사인 어탄사에 올라가서 한겨울 동안 부지런히 공부하거라.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빨라 한번 가면 따라잡기 어려우니 마음에 단단히 새겨 소홀히 하지 말거라.”

처가살이를 하며 자꾸 나태해지는 아들을 보다 못해 지난겨울 절로 올려 보내 공부하게 했다. 학문에 의욕이 넘쳐도 혼자서 글을 읽다 보면 막히기도 하고 잡념에 시간을 뺏기게 마련일텐데, 학문에 그다지 뜻이 깊지 못한 아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공부하는 데 소용이 있을 듯 하여 책 몇 권과 몇 가지 물건을 싸서 하인 편에 올려 보냈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더라는 말에 상심이 크다. 당장이라도 절에 올라가서 버릇을 바로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여기 일도 많아 움직이기가 어렵다. 함께 할 마땅한 친구가 있으면 서로 이끌어주고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을텐데 혼자 공부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마침 학문이 깊고 인성도 좋은 신언이라는 젊은이가 절에 올라가 공부한다고 하니 아들과 함께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들 준에게 급하게 편지를 쓴다. 함께 학문을 닦고 수양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학문하는 사람은 좋은 벗을 얻어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학문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 하여 좋은 벗을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절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굳이 다른 절로 옮기라고 한 것도 좋은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아들이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더욱더 좋은 교우관계를 맺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