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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사랑 제46호] 아이 즐거워요 - 사랑스런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소통

아이 즐거워요

사랑스런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소통

글. 이윤정(한국비폭력대화센터 부대표, CNVC 국제공인 트레이너)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출간
이윤정 작가

몇 해 전의 일이다. 특강을 마치고 강의장을 나가려는데 어떤 젊은 엄마가 길을 막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만요,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저한테 시간 좀 내주세요.”

솔직히 별로 반갑지 않은 마음이었다. 경험으로 미뤄보면 강의 중에 하는 질문은 수강생들에게 도움도 되고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해주지만 강의 후 길목에서 하는 질문은 대체적으로 명료하지 않고, 고민 상담 수준의 것이 대부분이어서 길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엄마의 창백한 얼굴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두 눈은 나를 멈추게 했다.
“예...어머니,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그 엄마를 의자에 앉게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애가 너무 미워요. 그 애가 내 인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를 찾으면서 울면 너무 화가 나서 애를 때려요. 매일 때리고 매일 후회를 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엄마의 사연은 가슴 아팠다. 신혼여행에서 아이가 생겼고, 임신이 전혀 반갑지 않아 뱃속에 있는 아이를 임신 내내 미워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출산으로 인해 생긴 생활의 변화가 아직도 버겁고 육아가 짐스러운 상태였다. 아이는 세 살...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다지며 안전함을 경험해야 하는 시기에 아이는 엄마의 우울함과 무기력으로 인해 아침마다 등짝을 얻어맞고 좌절을 경험하고 있었다. 안타까움으로 비폭력대화를 적극적으로 권했고 그분은 2년 동안 꾸준히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연습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를 깨달았고, 과거 자신의 부모와의 상처가 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에 에너지를 집중하면서 자신을 평화롭게 대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이에게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일은 없어졌으며 생동감 있는 삶으로 바뀌어 갔다.

 

부모와 아이의 비폭력대화 사례

영유아기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일생의 어느 순간보다 중요하다. 내 삶의 절대적인 존재인 부모에게 듣는 한마디는 부정적인 자아이미지를 갖게 하기도 하고, 세상을 막연하게 두려워하게도 하며, 공격적이거나 무기력한 인생태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네. 일어났더니 혼자라서 놀랬어? 이리 와, 안아줄게, 사랑하는 우리 딸...”하며 환한 얼굴로 아침을 열어주는 엄마가 키운 아이와 “왜 또 울어! 엄마가 집에 있지 어디 있니? 넌 도대체 왜 그래? 아이고, 지겨워 죽겠네. 뚝 그치지 못해? 또 한 대 맞아야 그칠래?”하는 엄마가 키운 아이의 삶의 질이 어떻게 다를지는 우리 모두가 예측 할 수 있을 것이다.

4세 아들을 둔 엄마가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의 변화에 대해 한 말은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아이가 어려서 비폭력대화를 배워도 적용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저희 아들은 자다가 가끔 이불에 오줌을 싸는데 예전에는 “너 자꾸 오줌 싸면 내년에 형님 되어도 유치원 못 간다!”, “아유, 더러워! 이제 오줌 싸는 아들은 내다버리고 옆집 훈이 데려다 키워야겠다.”며 협박하거나 비교하면서 소리 지르며 화를 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 오줌을 쌌네.(관찰) 에구구... 민망해?(느낌) 민수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구나.(욕구) 자다가 오줌이 마려울 때 혼자 화장실 못 가겠으면 ‘엄마, 쉬~’하고 말해줄래?(부탁)”라고 말해요.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아이에게 말을 할 수가 있네요. 아이는 오줌 싸는 횟수가 줄었고, 저는 아이가 오줌을 싸더라도 화가 안 나고 평화로운 거 있죠.“

이 엄마는 비폭력대화의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네 단계를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대화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말하는 것’

 

교사와 아이의 비폭력대화 사례

어느 날 아파트 단지 안의 유치원을 지나가는데 마당에서 바깥놀이를 하던 아이와 선생님의 대화가 들린다.
선생님이 4, 5세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너 왜 이래? 선생님도 이젠 소율이 싫어! 너도 수진이한테 똑같이 꼬집히면 좋겠어?”라고 하신다. 앞 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소율이가 수진이를 꼬집었나보다. 그리고 ‘이젠’이라는 표현으로 봐서 소율이는 친구들을 자주 꼬집는 아이 같았다. 꼬집는 아이가 반에 있으면 선생님은 늘 긴장하게 되고 다른 엄마들의 불평도 신경에 쓰일 것이다.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이 날까? 그러나 엄마를 떠난 유치원에서 내게 사랑을 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인 선생님께 들은 “나도 너 싫어!”를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너도 수진이한테 똑같이 꼬집히면 좋겠어?”라는 말이 아이에게 역지사지나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다른 친구를 꼬집으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을까?

대화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말하는 것’이다. 내 안에 손톱만큼의 비난만 있어도 그것은 대화를 하는 대상의 가슴을 열지는 못한다. 친구를 꼬집은 아이에게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 할 필요는 있으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비폭력대화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네 단계로 말하고 들을 것을 제안한다.

관찰은 평가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표현하는 것으로 비폭력대화의 첫 번째 단계이다. 선생님의 말을 비폭력대화로 바꾸어 보자.
“너 왜 이래? 선생님도 너 싫어! 너도 수진이한테 똑같이 꼬집히면 좋겠어?”
-> “소율이가 수진이 팔을 꼬집었네.”이다. 그냥 일어난 사실을 보이는 대로 말했다.

두 번째 단계인 느낌은 관찰에 대한 반응을 표현한다.
“선생님은 마음 아파.”이다.

세 번째 단계는 느낌의 원인인 욕구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표현이다.
“우리 토끼반 친구들이 사이좋게 지내고 우리 모두 즐거운 바깥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네 번째 단계인 부탁은 욕구를 기반으로 해서 구체적인 부탁을 하는 것이다.
“소율이가 화 날 때에도 친구를 꼬집지 말고 말로 해줄래?”

똑같은 상황에서 소율이를 공감해 줄 수도 있다.
“소율이가 수진이 팔을 꼬집었네(관찰), 화났어?(느낌), 소율이 말을 들어주기를 바랬니?(욕구), 수진이한테 같이 놀자고 말 하고 싶었구나(부탁)”

공감으로 듣기도 말하기만큼 중요하다. 대화는 솔직하게 말하고 공감으로 들으며 서로 연민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내가 하는 말 한 마디가 어느 아이에게는 한 평생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이 될 수도, 평생을 살아갈 힘과 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소통으로 평화를 키워나가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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