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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정보원
2018년 겨울 제53호

[웹진 아이사랑 제49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 새로 입학한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아요

전문가에게 물어요

 

글. 윤정연 아동상담사 (연세누리 정신과 푸른상담센터)

 

전문가에게 물어요

클라이언트. △△△ 어린이집 원장

저희 원의 7세 반에 말을 잘 하지 않는 새로 들어 온 아이가 있어요.

어머니 말로는, 이전에는 말도 잘 하는 아이였는데 이사하면서 다른 원으로 옮긴 후 새로 만난 선생님이 무섭다면서 원에 가기를 꺼려하며 (집에서는 말을 잘 하는데)원에서만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어머님이 고심 끝에 또 원을 옮기면서 저희 원으로 온 후 2달이 넘도록 말을 하지 않네요. 어머님 말로는 아이가 이 곳은 친절하고 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니 이상하다고 하면서 걱정을 하세요.

원에서는 아이가 서서히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나 아직은 표정이 다양하지 않고, 소극적인 놀이태도를 보이고 있구요. 함께 놀이도 하고 모든 활동에는 다 참여하나 말을 하지 않으며, 몸짓이나 고개로만 의사표현을 조금씩만 하고 있어요. 물론 질문도 안 하고, 재미있어도 크게 웃지도 않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아이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네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의 마음이 많이 초조하신 거 같아요. 학교에 가서도 이러한 태도가 계속되면 학교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 저도 고민이 되네요.

조만간 그 아이의 부모상담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그리고 놀이치료나 아동상담을 받으면 어떠한 경과가 있는지도 미리 알고 싶어요.

 

답변입니다

윤정연 아동상담사 (연세누리 정신과 푸른상담센터)

집에서나 가족들과는 말을 잘 하고 심지어는 집에서는 매우 활발하기까지 한데, 밖이나 외부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러한 아이들의 경우 선택적 함묵증(Selective Mutism)인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가족 외의 다른 사람과 말을 안 하고, 집에서만 활발한 아이, 밖에서는 몸을 많이 꼬면서 수줍음이 많고 때로는 로봇처럼 경직되기도 하며, 제스처(도리도리나 끄덕끄덕 등)나 아주 작은 속삭임으로 자신의 의사를 간단히 설명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이러한 아동의 부모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이 되지 않는 자녀를 보면서 답답해하며, 때로는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구슬리기도 하지만 닫힌 아이의 입을 여는 것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 선택적 함묵증을 지닌 아이들은 우울과 불안도 동시에 높을 수 있기에, 어떤 경우에는 직장에 있는 엄마에게 "집에 언제 오는지?" 전화를 자주 하며 계속 불안해 하기도 하구요.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또한 집단활동이나 또래적응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지요.

- 선택적 함묵증을 보이는 아이 중에는 수줍어하며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이도 있지만, 고집이 세고 적대적인 아이도 있습니다. 말하지 않음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함묵증을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나 상대 어른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현하며 고집스러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 원인은 각 아이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예를 들면, 가정불화나 부모의 우울/ 불안 및 거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두려움, 분리불안, 기질적 특성 등 그 원인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 선택적 함묵증도 초기에 빨리 도와줄수록 호전의 속도가 빠릅니다. 처음에는 언어사용을 꺼리기 때문에, 언어가 아닌 놀잇감이나 미술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이완과 해소가 되면서 서서히 관계에서의 안정감과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됨에 따라 목소리가 커지면서 언어적 표현의 횟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치료한 선택적 함묵증의 두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래의 두 사례를 통해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치료과정을 부모상담 시간에 잘 전달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Case 1. 수줍음이 많은 아이, 혜지(가명)

혜지는 집에서는 활발하지만, 원에서는 매우 수줍어하고 몸을 많이 꼬면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거나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외부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많기에 점점 생각도 경직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선택하는 것조차 힘들어했었습니다.

혜지의 엄마와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엄마는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이었고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매우 싫어하여 자신의 아이를 공감하는 말보다는 자주 나무라는 편이라는 것입니다. 엄마에게 공감보다는 지적을 더 많이 받게 되면서 엄마에 대한 불만과 함께 외부환경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게 된 혜지는, 엄마-아이 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실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실하여 치료자와 함께 놀이를 하는 과정을 통해 혜지와 엄마 모두 성장하는 기회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 과정은 처음에는 엄마와 친해지기 놀이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로의 손에 로션 바르기, 감정이완을 위한 밀가루 풀 그림그리기, 서로의 손과 발 본뜨고 꾸며주기, 서로의 손에 석고붕대를 이용해서 손모양 만들기 등 손작업을 통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 놀잇감을 가지고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한 후 엄마가 따라가 주면서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차 아이는 놀이실 안에서 때론 웃기도 하고 칭얼대거나 화내기도 하는 등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점차 엄마와 치료자가 있는 곳에서 의사표현을 위해 몸짓 외에도 단어를 작게 말하다가 조금씩 문장을 짧게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좀 더 들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을 때, ‘감정빙고게임’을 하면서 내 감정을 상황과 연결하여 말하기 놀이를 통해 조금씩 더 잘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중에도 엄마와 특별한 놀이시간(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아이가 선택하서 엄마와 단둘이 노는 시간)을 가지면서 더 수용적이고 친근한 엄마를 경험하게 되었고, 점차 원에서도 한 두 마디의 언어를 표현하다가 서서히 목소리가 들리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혜지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몇 달의 시간이 걸렸지만, 엄마와 더불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Case 2. 침묵을 무기삼은 아이, 한나(가명)

또 다른 친구 한나는, 원에서 혼내주는 교사에게 무서움과 동시에 분노를 느끼게 되면서 원에서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기 삼는 모습을 보이는 선택적 함묵증을 지닌 아이였습니다.

놀이치료실에 처음에 왔을 때는 엄마와 분리도 거부하여 첫날은 엄마와 함께 입실하여 놀이를 했는데, 움직이지 않는 기계처럼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놀이치료사가 아이의 손을 잡아 놀잇감을 작동하도록 도와주면서 우리의 치료적 관계는 시작되었지요.

한나의 엄마도 부모교육을 따로 받으면서 자신이 평소 민감하지 못한 부모였음을 알게 되셨지요. 엄마는 조용하고 화를 안 내는 성격이었지만, 아이의 욕구에 민감한 엄마는 아니어서, 아동의 욕구나 감정읽기, 즐거움을 공유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민감성부족으로 인해 아이의 감정이 많이 무시당했다는 것을 알고 아이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정읽기’와 ‘놀이방법’에 대해 부모교육을 받으셨습니다.

한나는 놀이치료 두 번째 회기부터는 혼자 입실하여 치료자와 놀이를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기계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치료자가 한나의 손을 잡고 놀이하는 과정이 몇 회기 이어졌는데, 그 후 조금씩 한나가 웃기 시작했어요. 치료자가 재미있는 놀이과정을 표현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를 해나가자 수동적이던 아이는 자신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서히 적극적인 놀이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단어부터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놀이 과정 중에 ‘즐거움 공유’가 한나에게는 마음을 여는 단초가 되었지요.

우리는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씨로 쓴 후 마구 찢는 놀이나 세게 두드려서 놀이하는 놀잇감들을 이용해서 마음의 속상함과 화나는 감정을 안전한 공간에서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모래상자의 모래를 만지면서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도 가져보았지요.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함께 깔깔 웃는 시간들도 보냈어요. 한나가 관계의 중심이 되는 충족감을 누리며 관계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기쁨임을 인지하게 되면서, 한나는 치료자에게 예쁜 공주를 그림으로 그려서 선물해주었어요.

어느 날 어머님이 “이제 원에서도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라는 기쁜 내용의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위에서 두 가지 사례의 선택적 함묵증에 대한 치료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제 우리 어머님들께 아래의 내용을 전해주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하나. 과잉보호나 지나친 간섭은 자제해주세요.

예) “이 세상은 위험해! 이것도 저것도 조심해야 해!”/ “늘 깨끗하게, 더럽히지 말고!”/ “엄마가 다 해줄게. 너는 하지마!” 등 아이의 자율성 성장을 막지 말아주세요.

 

 

둘. 너무 다른 사람만 의식하며 아이가 속상할 때 다른 친구편만 들지 말아 주세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아이의 마음부터 알아주세요.

예) “너도 많이 놀랐겠구나. 너의 물건을 친구가 빼앗아서 속상했겠구나” 이렇게 말씀하신 후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주세요.
아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부모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떠한 감정인지를 자세히 살펴주시고 꼭 말로 표현해주세요.

예) “엄마와 얘기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설거지하느라 너의 얘기 못들어주니까 화가 났구나... 아이고, 미안하네. 엄마가 이제 설거지 다 했으니까 우리 00이 얘기 들어줘야겠네.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 때 반드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윤정연

윤정연 선생님은 18년째 아동상담(놀이치료), 청소년, 부부, 성인상담을 병원 및 상담센터 등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부모교육 강사활동 및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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