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60호] 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어린이집 운영의 달인되기 -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 리스타트 출발선에 선 어린이집

2020년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겪으며 한 해를 보낸 듯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이 바꾸어 놓은 삶의 변화는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졸업과 수료도 못 하게 되었고, 벚꽃이 한창인 봄날 소풍도 계획만 세운 채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마스크착용이 일상화되다 보니 올해 새로 입학 한 신입생 부모님은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빛과 목소리로 구분해야 하는 어려움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감염병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임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택배, 배달 서비스 등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3밀(밀폐, 밀집, 밀접)을 지켜야 하고, 또한 끊고, 단절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에 가정에서 하는 홈프로그램(홈케어, 홈트레이닝, 홈카페 등)이 대세이기도 하다. 이렇듯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감염병은 한 달여 남은 2020년의 화두가 되어 현재 진행형이다.

어린이집 운영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격상에 따라 긴급보육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반복되었고, 교육의 형태도 ‘언택트’ 방식의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되는 등 생활의 많은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집 생활

어린이집 의무평가제의 재평가가 계획되어 있던 올해 우리 어린이집의 목표는
첫째, 어린이집 의무평가제를 잘 통과하는 것이었고,
둘째, 어린이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내는 것이었다. 다행히 의무평가제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2021년으로 연기가 되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재난 시기에 ‘두 번째 목표인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원장으로서 많은 고민이 되었다.

교직원들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동선에 많은 신경을 쓰고,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건강을 지키도록 노력하였다.
그 다음 과제는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일하는 직장이지만 신나게 출근할 수 있는 어린이집, 편안한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행사는 취소 또는 축소되고, 긴급보육 형태로 어린이집이 운영되면서, 시끌벅적하던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의 목소리가 전보다 조용해지자 우울감마저 들었다. 긴급으로 발송되는 지역의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진자 알림 문자는 불안감마저 안겨주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스트레스 관리는 이렇게!

보육교직원의 스트레스 관리는 하루 종일 영유아들과 생활하는 교사들의 소진을 예방하고 업무의 증진을 위해 원장이 관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특히나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교직원들은 계속적으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고, 만약 본인이 확진이 되어 노출된다면 ‘어린이집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라는 새로운 걱정과 스트레스를 더하게 되었다.

현재 보육교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업무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와 한국보육진흥원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평가 매뉴얼(2019)에도 ‘교사의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안내 및 제공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교직원의 복지를 위해 교직원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등 원장이 노력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의무평가제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들이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일정한 교육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교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오히려 학습과 일의 연장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어린이집 내에서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하더라도 외부인을 초빙해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교직원들이 관심 있어 하는 프로그램을 내가 강사가 되어 실행해 보았고, 어린이집에서 실행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즐거우면 놀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긴장된 일상이 계속 이어지며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해야 할 것이 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을 무렵 집 정리를 하며 우연히 발견한 ‘코바늘과 털실’은 우울했던 나의 마음에 단비와도 같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특활부에서 손뜨개 반을 하며 처음 코바늘을 잡고,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손뜨개를 하곤 했었다. 손뜨개를 할 때면 즐거웠고,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기쁨에 팔이 아픈 줄도,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놀이는 과정이 즐겁고,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내적으로 동기가 유발되어야 하고, 신나게 놀이를 할 때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손뜨개는 나에게 ‘즐거운 놀이’였고, 코로나가 코바늘을 잡게 한 격이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퇴근을 하면 집에 와서 열심히 손뜨개를 했다. 드디어 첫 번째 작품인 파우치가 완성될 즈음, 출근을 해서 교직원들에게 손뜨개 한 것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교직원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 “와~원장님! 원장님께서 뜨신 거에요? 사신 거 같아요”
  • “원장님, 저희도 손뜨개 배우고 싶어요.”
  •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수예점에서 배우려면 따로 시간을 내야하고,
    손뜨개를 하다가 모르면 다시 수예점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움이 있더라구요.
    원장님께서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배우고 싶어요)”

이렇게 교사들의 요청으로 ‘손뜨개’가 한 가지 프로그램이 되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손뜨개’는 그 동안 나 혼자만의 취미였지 누구를 가르쳐 본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교사들의 수준을 잘 몰라 무조건 똑같이 시작했다가 ‘아뿔싸, 이렇게 천차만별 수준 차이를 보일 줄이야...’ 교사들이 어설프게 코바늘을 잡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코바늘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교사, 그래도 한 번이라도 손뜨개를 해 본 교사..... 그때야 비로소 수준별로 그룹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준별로 나누고서야 가르치기가 훨씬 수월했다.

코바늘 잡는 것도 어려워하던 교사들도 더디지만 천천히 잘 따라와 주었고, 반면에 한 번이라도 코바늘을 잡아본 교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뜨개를 하는 동안에는 원장과 교사의 관계가 아닌 즐거운 놀이를 함께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손뜨개를 하며 내가 느꼈던 즐거움과 기쁨을 교사들도 놀이처럼 느끼길 바라면서 열심히 교사들과 함께 진행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교사들은 전날 집에서 손뜨개로 모양을 짜 온 것을 보여주며 질문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어린이집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밝아지고 즐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활동계획안1(손뜨개1) >

< 활동계획안2(손뜨개2) >

  • “처음에는 저걸 어떻게 뜨지? 했는데 뜨개질의 세계에 입문하게 해 주시고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 뵙겠습니다 ^^”
  • “진짜 원장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으셨으면 작품 하나도 완성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ㅠ 이제 수세미는 사서 쓰지 않고 떠서
    쓰고 있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은 어떤 걸 실행할까 고민하던 중 교사들은 가끔 내가 어린이집에 가지고 가서 맛을 보여줬던 ‘양배추 물김치 담기’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양배추 물김치는 배추 값이 비싼 여름철에 우리 집에서 종종 담가 먹던 별미 김치였다. 긴급보육으로 영유아들이 적게 등원한 날 교사들과 재료를 준비하고, 이번에는 요리 강사가 되어 ‘양배추 물김치 담기’에 도전하였다. 요리 활동을 통해 단순히 썰고 자르고 만드는 활동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며, 썰어 놓은 양배추의 크고 작은 모양에 한바탕 웃으며, 업무 외에 색다른 경험을 해 보는 시간이었다.

< 활동계획안3(요리활동) >

위기상황을 극복한 끈끈한
동지애로 ‘타인을 걱정하는 마음’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일상생활이 위축되고, 언제 침투할지 모르는 바이러스로부터의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힘들었을 어린이집 생활이 ‘손뜨개’와 ‘요리활동’ 프로그램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끈끈한 동지애마저 생긴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은 특별한 사명감과 일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감내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장애영유아들을 돌보는 교직원은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어떤 위기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마음이 조금 더 요구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빼놓을 수 없는 일 중에 하나는 ‘나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 감사하고’ 그러한 감사에 교직원들은 ‘타인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는 것이다. 적은 금액이지만 교직원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타인의 어려움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더해진다.

위스캇은 「성숙과정과 촉진적 환경」에서 발달과 환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며, 환자의 병리가 발달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위한 치유는 환자의 멈춰진 성장을 다시 가능하게 하는 촉진적인 환경을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것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결국 좋은 사회란 그 구성원들의 순조로운 발달을 도와주는 촉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올 한해를 돌아보며 더욱 끈끈하고, 단단해진 교직원들과의 관계와 교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는 편안한 촉진적 환경과 그런 분위기 속에서 원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 감사하다.

[출처]
도널드 위스캇(2006), 성숙과정과 촉진적 환경,
한국심리치료연구소.
보건복지부, 한국보육진흥원(2019), 어린이집 평가 매뉴얼.
유효순·김희태(2011), 놀이지도, 한국방송통신대학 출판부.
육아정책연구소(2020), 영유아심리방역 매뉴얼.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2020).
육아종합지원센터 매거진 보육인 광장 Vol 09.

글· 구미아(시립서호어린이집 원장(장애아전문), 전국장애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 경기지회장-전국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