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6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전문가에게 물어요 우리에게도 봄날이 올까요?
아내
26주 만에 910g으로 태어난 내 딸
저는 어린이집 장애 통합반에 만3세 딸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입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줄 때면 또래 아이들이 “아줌마, 얘는 왜 말을 못해요? 다리 아파요? 걷는 것도 이상해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또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늘 마음이 상해요.
아이1
애가 어디가 아파요? 다 큰 애를 걸어서 다니게 하지 왜 업고 다녀요, 힘들게...
아이2
애가 아직도 말을 못 하나 봐요?

뇌병변과 청각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와 함께 다닐 때면 늘 듣는 소리죠. 차라리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는데 지나가는 우리 모녀를 힐끗힐끗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수군대기도 하구요. 걸음걸이가 불편한 우리 아이를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의식되니까 신경이 많이 쓰여요. 그렇다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걸림돌이 많아 다니기도 불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더 힘들더라구요.

우리 아이는 26주 만에 910g으로 태어나 6개월 동안 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기가 워낙 작게 태어났고, 그로 인해 기관지폐이형성증, 폐렴, 황달, 뇌실 내 출혈 등 온갖 합병증으로 아마 앞으로 자라면서 어디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자라면서 소리도 안 들리고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편마비로 뇌성마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살고 싶은 마음마저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황망하고 낯선 겨울을 사는 것 같은 요즘, 우리에게도 다시 봄날이 올까요?

남편
꼭 봄날이 아니어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요
그동안 어머님께서는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참 많으셨겠어요. 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치료비도 만만치 않으셨을 거 같고, 지금까지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을까요. 주변 사람들이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도, 또래 친구들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마음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한 가정에 장애아가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꿈꾸던 아이’가 ‘뜻밖의 아이’로 태어나는 당혹감과도 비슷할 겁니다. 어머니께서 호소하는 황망하고 낯선 겨울의 스산한 고통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꼭 봄날이 오길 기다리기 보다는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어머니만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신 페르랑(2003)의 「아이의 진실」


이 책에 보면 여행 이야기를 통해 장애 자녀의 특별한 점을 발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를 임신해서 탄생을 기다리는 것은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휴가를 이용해서 이탈리아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멋진 계획을 세우는 것과 비슷하지요. 우선 여행 안내서를 준비하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베니스의 곤돌라 등 그곳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알아보는 등 신나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탈리어 문장을 연습하기도 하구요.

기대감과 흥분에 찬 몇 달간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비행기에 오릅니다. 출발한 지 몇 시간이 지난 후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여러분,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덜란드라구요? 나는 이탈리아를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요
하지만 비행계획이 변경되었고, 비행기는 이미 네덜란드에 착륙을 해서 그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곳이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그런 장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그곳은 내가 기대하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네덜란드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 안내서를 구입해야 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탈리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호화롭지도 않은 곳이지요.

그러나 그곳에 머물면서 한숨을 돌린 후 주위를 둘러봤을 때 하나씩 깨닫게 될 것입니다. 네덜란드에는 멋진 풍차가 있고, 예쁜 튜울립이 있고, 렘브란트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투덜거림을 계속하겠죠.
 내가 갈 곳은 이탈리아였는데..... 내가 평생 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하지만, 이탈리아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슬퍼하고, 한탄만 하면서 여생을 살아간다면 네덜란드의 지극히 특별하고 소중한 점을 찾지 못하고 즐길 마음의 여유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도 장애아의 부모가 될 것을 미리 알 수는 없어요


기대했던 여행지가 아닌 곳에 도착한 것처럼 어느 누구도 장애아의 부모가 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을 때 부모의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장애 자녀의 재활치료와 교육은 물론 가족이 겪어야 할 주위의 편견과 호기심어린 시선을 견뎌야 하며, 심리적인 큰 부담으로 인해 가족 전체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거기에다가 지금의 상담사례처럼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동정의 기미가 보이면 예민한 장애아의 부모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하지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는 장애아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과 부모를 회의에 빠져들게 하기도 하고, 이러한 상태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장애 자녀의 교육과 발달에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김수진·구미아 외, 2019).

쉽지는 않겠지만 장애 자녀를 인정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아이는 좀 더 편안한 상태로 생활해 나갈 것입니다. 다음은 장애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의 자세 중 몇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녀가 장애를 가진 ‘특수아’라는 사실을 부모 자신이 먼저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부모가 장애 자녀를 긍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여러 사람들 앞에서도 장애 자녀를 떳떳하게 데리고 다닐 때 아이 스스로도 당당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모도 장애 자녀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장애에 관련 된 교육이나 서적 등을 통해 자녀의 장애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닥쳐온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자녀가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하는 일에 부모가 너무 극성스럽게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 욕구와 간섭이 오히려 아이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건 아마도 비장애 자녀를 양육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자녀가 몸이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과제를 수행하더라도 행동이 늦고 실수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기다려 주고, 혼자 할 수 있도록 지켜보며 격려함으로써 장애 자녀가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 통해 스스로 자조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자녀의 작은 변화와 발전에 크게 감탄하고 만족하는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녀의 작은 발전에도 최고의 찬사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감을 갖고, 또 다른 발전을 위해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장애 자녀나 다른 비장애 자녀를 특별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명의 자녀 중에 한 자녀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그 자녀의 치료와 교육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비장애 자녀에게 부모로서 지원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자녀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는 공평하게 부모의 마음 나누기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녀 앞에서 아이의 장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 앞에서 장래에 대한 우려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자녀를 대한다면 자녀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소극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애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의 자세

  • 수용하기수용하기
  • 격려하기격려하기
  • 만족하기만족하기
  • 차별금지차별금지
  • 긍정하기긍정하기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지금 상태가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많이 힘드실 겁니다. 그러나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는 확신을 갖고, 아이의 무능력보다는 아이의 강점과 특별함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좀 더 긍정적인 자세로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앞으로는 아이를 통해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가족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김수진, 구미아 외(2019). 특수아부모교육론. 동문사.
프랑신 페르랑(2003). 아이의 진실. 한울림.

글·구미아(시립서호어린이집 원장)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의 원장으로 장애유형 및 발달수준에 맞는 보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지자체 및 유관기관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