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6호] 육아 즐거워요

육아 즐거워요 아이와 엄마가 단단해진 1년,「오늘도 성장하느라 고생했어」

어느덧 복직한 지 1년 8개월
9개월이 된 윤우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항상 이렇게 물었다.

아직 어린데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아기가 불쌍해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는데 벌써 회사에 나갈 정도로 일해야 해?

나는 돈을 벌어야 하는 ‘모진 엄마’로 돼 있었다.
처음 그 말은 비수처럼 꽂혔는데 ‘이 시기만 지나가면 괜찮다’는 직장 선배맘의 조언에 견딜 수 있었다.

작년에는 아이도 어린이집이 처음이었기에 감기, 장염, 돌발진, 편도선염 등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아 응급실도 꽤 갔었다. ‘어린이집 첫 일 년 때까지 아이가 제일 아프다’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가족들과 윤우 어린이집 원장님, 선생님들이 나를 붙들어줬다. 아이도 나름 적응기간을 거쳤는지 올해는 친구에게 수족구를 옮은 것 빼고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줬다.
 

‘등원은 전쟁’

문제는 올해부터 남편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함께 하던 등원이 나 혼자의 몫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윤우 아침밥 먹이고 옷 입히는 잠깐 사이에 출근 준비를 하고 그렇게 직장에 도착하면 어느새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한번은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 되도록 윤우가 떼를 쓰며 칭얼댔고 나는 나대로 ‘지각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아이한테 짜증을 낸 일이 있었다.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왜 나만 매일 이래야 해? 나라고 회사 눈치 안 보는 줄 알아?

엉엉엉

윤우도 울고 나도 울고...

점심시간에 후배들과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던 중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윤우 잘 키워줄 테니 어머니는 걱정 없이 일 열심히 하세요

등·하원 독박육아로 서서히 지쳐갈 무렵, 회사에서 ‘차장’ 승진 발령이 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승진이지만, 그동안 일도 육아도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게 뭔가 ‘보상’을 해주는 기분이었다.

인사 발표 후 ‘내 딸, 내 사위! 아기 키우면서 일하느라 고생한다’ 라고 걱정해주신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고 특히나 평소에 나보다 더 많이 윤우와 스킨십하는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걱정 없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건 다 그분들 덕분이다.

원장님
윤우 잘 키워줄 테니 어머니는 걱정 없이 일 열심히 하세요.

처음 어린이집 원장님이 내게 했던 그 말은 든든함 그 자체였다. 윤우가 예쁨 받고 어린이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정말 전해지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주말을 온전히 윤우에게 집중한다.

엄마
윤우야, 우리 평일에는 각자 열심히 하고 주말에 놀자~ 네?
아기
네!

윤우도 평일과 주말의 개념을 아는지 ‘네’라는 추임새를 같이 넣는다. 윤우와 주말마다 박물관, 전시장, 숲속놀이터, 동물원, 식물원, 축제장 등 자연을 접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을 가면서 추억을 하나하나 쌓았고, 쌓아가는 중이다. 또래보다 사회생활을 조금 더 빨리 한 윤우.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마음이 좋을 때도, 마음이 상할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있을 텐데, 윤우와 항상 대화하면서 그 기분을 보듬고 달래주려고 한다.

엄마
윤우야, 마음이 좋으면 '기억해'~ 마음이 나빴으면 '씻어내자'.

그리고 윤우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 전,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엄마
오늘도 성장하느라 고생했어.

‘육아는 미션’

매일매일 성장하느라 부단하게 애쓰고 있는 우리 아이.
나는 내일도 모레도 윤우와 등·하원 전쟁을 할 것이고 ‘육아 왜 이렇게 힘들어’ 라고 푸념하거나 윤우의 크고 작은 행동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할 것이다.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치 ‘미션’을 통과한 것처럼 뿌듯하며 아이의 성장에 감격하고 ‘이게 아기 키우는 맛’ 이라며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만약,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고민 중이거나 복직을 주저하는 워킹맘이 있다면 감히 이렇게 얘기해드리고 싶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독립적입니다!’

처음 어린이집 보낼 때 아이가 아프면 많이 안쓰럽고 미안하지만, 아이와 엄마 또는 아빠가 한층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니까요.

엄마
윤우야, 엄마는 널 더 사랑하기 위해 ‘일하는 엄마’가 되기로 한 거야.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할게!’
글·백수원

아시아투데이 신문기자로 근무 중 육아휴직과 복직을 경험하면서 '일하는 엄마'로 단단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