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5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전문가에게 물어요 새엄마 라고 알려야 할까요?

어린이집 3세 반 (수석이, 남) 담임입니다.


제게는 참 친절하지만 매우 부담스러운 학부모님이 계세요. 사건의 발단은 6개월 전, 학부모 상담 때 시작되었어요. 문제가 있는 아이를 상담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시는 거예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출산 전까지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사를 했고 최근 들어 저처럼 일하는 직장 여성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면서 감정의 동요가 크다는 거예요. 저 역시 동일한 경험과 고민의 시간이 있던지라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공감해드리고 응원의 답문도 보내드리게 됐죠. 그 이후로 제 간식을 따로 챙겨 보내 주시는 등 가까워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나쁠 게 없었죠. 저 역시 어머니가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시는 게 보기 좋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수석이네 부모님 관계가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어요. 제가 아는 척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수석이 어머니를 보고 그만 ‘요즘 고민이 많으시죠, 괜찮으세요? ’ 라는 말을 하게 됐어요. 거기까지 했어야 하는데 결국 모든 사정을 다 듣게 되었어요. 그 날부터 어머니가 개인적인 메시지를 엄청 보내세요. 우울하고 불안한 메시지를 하도 받으니 제가 너무 지칩니다. 반응을 하지 않으면 저 때문에 힘들다는 메시지가 또 쉼 없이 날아와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나의 선한 행동이 짐으로 돌아올 때


참으로 난감하시겠네요.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선한 행동이 나에게 짐으로 돌아오게 되었군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수석이 어머니 마음은 헤아리지만, 선생님 일상에 지장을 주니까 괜히 친절을 베풀었나 후회가 되기도 하겠어요.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전에 선생님께서 겪는 갈등 상황을 명료히 해 본다면, 수석이 어머니에게 계속 친절하게 대하자니 선생님이 너무 지치고, 반응을 하지 않자니 수석이 어머니께서 상처받을까봐 염려가 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면 서슴없이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을 보면요.

솔루션 1. 자신의 욕구를 중요시하는 방법.
자신의 욕구를 중요시하는 방법. 즉, 수석이 어머니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거나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방법입니다.
솔루션 2. 타인의 욕구를 중요시하는 방법.
타인의 욕구를 중요시하는 방법. 즉, 내가 지치고 짜증이 나도 수석이 어머니 메시지에 일일이 반응하는 방법입니다.
솔루션 3. 나의 욕구도 중요시하고 타인의 욕구도 중요시하는 방법.
나의 욕구도 중요시하고 타인의 욕구도 중요시하는 방법. 이런 문제 해결 방법을 win-win 해결방법이라고 해요. 즉, 선생님께서 수석이 어머니로 인해 지치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수석이 어머니에게 상처도 주지 않는 방법인 거지요. 선생님께서는 이런 해결 방법을 찾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해결 방법을 예로 들자면, 선생님이 수석이 어머니 메시지를 보고 답을 하는 시간을 선생님께서 가장 한가하거나 컨디션이 좋은 시간과 날짜로 정하는 방법이 있구요, 수석이 어머니 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는 대신, 선생님이 여유 있는 시간에 수석이 어머니에게 문자나 전화로 관심을 보이는 방법도 있을 거예요. 아마 선생님께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실 수도 있겠지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자신을 불편하게 해요

그런데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한 가지 문제는 방법을 알아도 그대로 하기는 어렵다는 거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대로 사는 경향이 있어서 문자가 오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문자를 보고, 즉시 답장을 하거나 도움을 주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착한 마음이지요. 즉시 답장을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없을 때에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편감을 느끼고, 자신이 불편감을 느끼는 이 상황을 초래한 타인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곤 해요.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문자가 왔는데 어떻게 보지 않고 내가 편한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볼 수 있는가요?” 또는 “문자에는 답을 하지 않고 어떻게 나 편한 시간에 상대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가요?”라고요.

이럴 때, 우리가 익숙한 자극-반응 이론 대신 「선택이론」 을 적용해보시면 어떨까요?

선택이론 : 내가 나의 행동을 선택한다!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습관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내가 나의 행동을 선택한다는 인식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오면 달려가서 즉시 받지요? 하지만 누군가와 전화로 싸우다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다시 전화벨이 울리면 방금 전에 싸운 사람인 것 같아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하나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화벨이라는 정보에 대해 내 행동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지요. 건널목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대체로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죠. 그러나 차도 지나가지 않고 안전하고 자신이 급할 때엔 가끔은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어도 건너가기로 선택하잖아요. 이와 같이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습관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내가 나의 행동을 선택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예요. 내 욕구만 중요시하면 타인과 소통감을 느낄 수 없어서 외로워지겠죠? 타인의 욕구만 고려한다면 나는 늘 지치고 타인이 원망스럽겠죠? 지금 당장 답장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속에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진실한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상황이 허락할 때 타인을 위하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건강한 거리로 win-win 관계 유지!

선생님께서는 학부형이 의지하고 싶을 만큼 따뜻하고 친절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학부형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학부형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도 선생님의 삶이 있으니까요. 관계에 있어 타인과 건강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길은 내 삶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또한, 학부형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은 진실한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함께 해주지 못하는 선생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학부형께서는 위로를 받으실 것입니다.

글·박광석(서울상담교육연구소 소장)

개인 및 집합교육을 통해 내담자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고, 아픈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돕는 전문 상담자입니다.
역서 ‘불행한 십대를 도우려면’ (Unhappy Teenagers) by. Dr. William Glas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