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5호] 부부탐구중

부부탐구중 육아는 고되고 부부는 권태고!
멀어진 우리 부부의 거리,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저는 남편과 유아의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쇼핑몰 홍보를 위해서 sns에 딸아이(6세, 유빈이) 사진을 올렸어요.
당시에는 사진 촬영도 남편이 직접 해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되겠다 싶었죠.
일반 모델 같지 않고 꾸밈없는 유빈이 덕분인지 매출도 계속 올랐어요.
4살이었던 유빈이가 벌써 6살이 되었고 앞으로는 유빈이 대신 전문 모델을 쓸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의 생각은 저와 다른 거예요.
유빈이를 전면으로 내세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겠다는 거예요.
입도 짧은 아이한테 먹방을 시키겠다고 하지 않나, 아직 어린애를 뷰티 유튜버처럼 화장을 시키겠다고 하지 않나,
문제는 유빈이가 그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아빠가 계속 바람을 잡으니까 자기가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굴어요.
남편과 유빈이를 어떻게 설득해야할까요?

각자 중요하다고 믿는 포인트가 다른 ‘가치 갈등’, 이렇게 해결하세요.

어린 딸을 둔 엄마의 고민이 깊어지네요. 남편도 딸도 내겐 다 소중한 사람들이므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로 특히 자녀의 교육과 관련한 부부갈등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아내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어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기반을 만들자고 하고 남편은 굳이 어릴 때부터 그런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고 반대한다든지, 남편은 주말마다 본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조부모나 사촌들과 어울리게 하는 게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매주 본가에 가자고 하고 아내는 사회성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야 한다며 친구들하고 놀아야 한다고 하는 경우들입니다. 이러한 갈등의 특성은 가치갈등이라는 겁니다. 부부간에 서로의 생각이나 신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지요. 다시 말해 서로 중요하다고 믿는 포인트가 다른 것입니다.

유빈이네 엄마 아빠의 갈등도 같은 경우입니다. 남편은 유빈이가 재미있어 하고 끼도 있는 것 같으니 재능도 살리고 더불어 우리 사업도 번성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어린 딸을 사업의 도구로 삼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딸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걱정하며 유빈이를 유튜버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즉 부부가 하나의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형상입니다. 이러한 가치갈등 상황이 쉽지는 않으나 아래의 원칙들을 잘 고려한다면 효율적으로 조율해 낼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 부부는 지금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치갈등을 조율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누구도 잘못하고 있지 않다’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즉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는 접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당신 생각에 일리가 있어요. 유빈이의 사진을 올렸을 때 매출이 올라갔고, 유빈이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까 유빈이를 유튜버로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매출이 더 성장할 거라고 예측하는 거죠. 그런데 내 생각은 좀 달라요. 우리가 쇼핑몰 사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더 많이 찾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유빈이를 유튜버로 만든다는 것은 유빈이의 장래를 생각할 때 좀 걱정이 되요. 조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당신과 이 부분을 좀 더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둘째,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소통합니다. 즉 우리 부부는 아이의 행복과 가정의 평화를 위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다만 그 공통의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소통을 하면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아이를 유튜버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공통의 목표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합니다.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보세요.

“우리 부부가 부모로서 유빈이를 사랑하고 유빈의 장래를 염려하는 마음은 같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매출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유빈이를 활용하는 것 이외의 대안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양하게 찾아봅시다.”

셋째, 아이를 유튜버로 만들면 어떤 좋은 점이 있고 또 어떤 염려가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를 서로에게 주는 겁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을 말 할 때 주의할 것은 상대방의 생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절대로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유빈이를 유튜버로 만든다면 좋은 점은 당연히 매출이 오르겠고 또 좋은 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반대로 염려가 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를 충분히 생각해봅시다. 유빈이는 지금 몇 번 사진 찍는 것을 좋아는 했으나 유튜브 영상을 찍는 것은 사진 찍는 것과 좀 다른 측면이 많이 있을 거에요. 유튜브를 운영하려면 정기적으로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유빈이가 하기 싫어할 수도 있을 거에요. 이미 일이 시작되면 아이가 싫어해도 멈출 수 없게 될 텐데 그게 너무 걱정되요, 여섯 살 유빈이에게 사진 찍는 일은 일종의 놀이일 수 있지만 유튜버로 정기적인 촬영을 하게 되면 놀이가 아니라 일이 되는데 유빈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요? 유빈이가 아직 어려서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할 테니 우리 부부가 유빈이 몫까지 유빈이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봐요.”

넷째, 합의를 도출 할 때는 부부 공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얘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우리 유빈이가 어떤 모습으로 컸으면 좋겠는지, 유빈이가 성인이 되어서 부모가 자신을 어떤 가치관으로 대해주었는지, 얼마나 자신의 입장에서 부모가 생각해주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유빈이가 성장해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된다면 그때 부모로서의 심정이 어떨까요?

엄마, 아빠! 내가 어릴 때부터 유튜버로 활동하여 많은 돈을 벌었으니 내 몫의 돈은 내게 주세요.

부모자녀 관계가 채무관계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자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랑의 관계임과 동시에 이해타산이 없는 관계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글·이경숙(헬로스마일 서초점 심리상담센터 원장)

가족상담 및 부부상담을 위한 부모교육전문가로 많은 가정이 갈등을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전문강사와 (전)KBS 라디오 자녀교육상담실 고정 패널로 활동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