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아이사랑)

[웹진 아이사랑 제54호] 전문가에게 물어요 - 새엄마 라고 알려야 할까요?

전문가에게 물어요 새엄마 라고 알려야 할까요?
오늘의 내담자

저는 5세 남아, 윤석맘이에요.

재혼 가정입니다.
윤석이는 남편의 아이이고 현재 저는 임신 초기입니다. 첫 결혼은 1년도 안돼 합의 이혼을 했고 제가 낳은 자녀는
없습니다. 윤석이는 세 살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시 에는 지금 남편과 교제를 하고 있던것이 아니기에 제가
엄마가 아닌 건 알고 있는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엄마라고 부르지만요. 지금 사는 집은 윤석이가 친모와 살았던
집 그대로예요. 가끔 윤석이가 친모와 추억이 있는 물건을 찾기도 해요.이미 버려지고 없는데 말이죠.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윤석 아빠는 눈치만 보고 상황을 피해버려요.

그리고 제가 임신을 원하면서부터 고민이 있습니다.
저와 우리 가정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 (어린이집 선생님, 마트 직원, 동네 엄마들 등) 이 우리가 재혼 가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수업 중에 윤석이가 친구 장난감을 계속 뺏는 일이 있었어요. 수진 (가명) 이가 곰인형을 가지고 놀면 뺏고, 다시 수진이가 실로폰을
두드리니까 실로폰을 뺏고, 몇 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수진이가 대성통곡을 했다는 거예요. 윤석이가 잘못한 거죠.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수진 엄마와의 상담에서
윤석이가 이혼 가정이라 가끔 그렇게 돌발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일이 커질까봐 이번에는 참았는데요. 아니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선생님,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몇 개월 후면 아기가 태어날 것이고 윤석이 동생이 생기는 건데 남편도 저도 제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윤석이가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더 좋을까요? 다가오는 변화에 긍정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저는 이 가정을 잘 지켜내고 싶어요.

오늘의 카운셀러

마음고생이 많으시네요. 재혼 가정만이 가진 어려움이 있지요.
일반 가정에서도 육아 문제는 어려운 과제인데 재혼 가정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참으로 예쁘고, 가정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답하기 전에 어머니의 질문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윤석이가 친모와 추억이 있는
    물건을 찾기도 해요.
    이미 버려지고 없는데 말이죠.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 담임선생님이 윤석이가
    이혼 가정이라 가끔 그렇게 돌발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 제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윤석이가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게 더
    좋을까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가 바로 그것입니다.

표면적으로 원하는 것과 진짜 원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으면 더 좋구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가 달라질 거예요.
경부고속도로로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영동고속도로로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기 전에, 부산에 가기 원하는지 강릉에 가기 원하는지 목적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요.

윤석이가 친모와 추억이 있는 물건을 찾지 않기를 원하는지요?
아니면 윤석이와 소통되기를 원하는지요?

윤석이가 물건을 찾을 때 모른 척하면 외롭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물건을 찾다 말겠지만, 윤석이를 꼭 껴안아 주며 ‘그 물건을 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친모에 대한 그리움을 새엄마의 사랑으로 보상이 되겠지요?

담임선생님에 대해 어머니의 서운한 마음을 알리기를 원하는지요?
아니면 담임선생님이 윤석이를 보듬어 주기를 원하는지요?

어머니께서 서운한 마음을 알리면 담임선생님이 사과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윤석이가 문제를 일으킨 점을 어머니께서 사과하면, 담임선생님은
어머니를 존경하고 윤석이를 사랑으로 대하겠지요?

윤석이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진짜 원하는 것이면

재혼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는 동네로 이사하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윤석이가 새엄마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것이 진짜 원하는 것이면 윤석이를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좋겠지요. 일부러 새엄마라고 말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 새엄마냐고 물을 때 굳이
아니라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위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머니께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는 것도 훌륭합니다만,
가정을 지키려면 거시적으로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윤석이를 건강하고 훌륭하게
기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윤석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고요.

윤석이가 평생 어린아이로
머무르지는 않겠지요?
지금은 비록 5세이지만 곧 초등학교를 마치고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고 어엿한 성인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세월은 가고
어머니께서는 나이가 들겠지요?
그때가 되어 윤석이와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을지요?
윤석이가 어머니를 어떤 어머니로
기억하고 대해주었으면 좋겠는지요?

TV프로 중에, 멋진 연예인이 초등학생 시절의 하숙집 할머니를 찾아가는 장면을 방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하숙집 다락방에서 혼자 잠을 자다 천둥 번개가 치자 하숙집 할머니 방으로 와서 할머니가 데리고 잔 적이 있었으며, 이 할머니는 선생님께 억울하게 혼나는 이 소년을 변호하기 위해 학교에 쫓아간 적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지금은 연예인 으로 성공하여 옛날의 하숙집 할머니를 찾아가 “할메~ 할메~” 하며 상봉하는 장면을 본 시 청자들은 모두 감동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꼭 생모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부족함 없이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부족한 이대로 아이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으면 충분할 것입니다.
윤석이가 남편의 아들도 아니고,내 아들도 아니고, 단지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원하는 한 작은 소년 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어려운 일이겠지만, 아이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엄마가 타인으로부터 치욕과 수모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말이지요. 많은 엄마가 아이를 성공시켜 그 영광을 함께 누리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엄마들조차도 자녀의 잘못이나 실패로 인하여 엄마의 체면에 손상이 갈 때 자녀를 책망하는 분도 많습니다.

윤석이가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어머니를 참 따뜻한 분이었다고 기억이 된다면, 어머니의 삶은 성공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윤석이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 주변 사람들도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더 훌륭한 분이라 여기실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겪으신 많은 아픈 시간만큼, 어머니의 마음은 아픈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윤석이에게 따뜻한 엄마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드린다면, 태어날 아이를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글·박광석(서울상담교육연구소 소장)

개인 및 집합교육을 통해 내담자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고, 아픈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돕는 전문 상담사입니다.
역서 ‘불행한 십대를 도우려면’ (Unhappy Teenagers) by Dr.William Glas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