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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사랑 제50호] 육아탐구중 - 옛놀이로 신나게 놀아요

육아 탐구중

옛놀이로 신나게 놀아요

글. 이상호 ((사)놀이하는사람들 대표)

어떤 일이든 누가 시키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나 놀이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놀이의 고전인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를 쓴 하위징아는 자발성을 놀이 조건의 으뜸으로 쳤습니다. 자기가 놀고 싶을 때 놀아야지 재미도 있고 몰입도 하며 규칙도 잘 지키게 됩니다. 어린 시절 놀고 있는데 숙제하라고 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면 왜 그렇게 하기 싫었는지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럼 하루 종일이라도 놀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잘 놀게 될까요? 요즘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놀지 못하고 ‘놀아달라’고 합니다. 아이들 놀이문화가 크게 바뀐 것입니다. 노는 것과 놀아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노는 사람이 주인이고 후자는 놀아주는 사람이 주인이죠. 이는 놀이 시작, 놀이 종목 선택, 놀이 종료를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주인 여부를 가린 것입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놀이에서 자발성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놀이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서나 진행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는 그들의 놀이 경험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놀이보다 보살핌이 우선되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여길 때 비로소 놀이 욕구가 발현됩니다. 그래서 많은 영유아 놀이는 어른이나 언니, 형들의 주도에 의해 ‘놀아주는’ 형식을 띕니다.

 

어른이 놀아주어야 아이들은 더 재미있어요

큰 아이들처럼 자기들끼리 놀기 위해선 많은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동능력을 비롯한 신체 조절 능력, 정교한 손놀림과 악력이 기본입니다. 많은 놀이들이 뛰거나 걷고, 외발로 서고, 멈추는 활동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음땡 놀이’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또한 ‘공기놀이’나 ‘탈출놀이(미끄럼틀에서 잡는 놀이)’는 몸과 더불어 손의 능력이 갖춰져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어릴수록 이런 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놀이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여럿이 어울려 놀아야 더 재미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을 고려할 줄 알고 여럿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인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온전치 못한 상태입니다. 이를 삐아제는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적절히 정의 내린 바 있습니다. 큰 아이들은 이런 능력이 몸에 배어 있기에 여러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발달단계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행히 우리 놀이들은 이를 고려해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여러 놀이가 있습니다. 물론 어른이 놀아주어야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대표적인 놀이로 ‘어디까지 왔나’, ‘코코코’, ‘어느 손’, ‘쌀 보리’, ‘두꺼비집 놀이’, ‘다리셈 놀이’, ‘어깨동무 씨동무’, ‘감자 싹’, ‘문놀이’ 등이 있습니다.

이런 놀이들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어른과 아이가 1:1로 전개된 형태가 있고 큰 아이들 사이에 끼어 놀았던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로 어른은 할머니나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눈을 마주하면서 놀았는데 신체 능력을 고려해 활동량이 많지 않습니다. 끼어서 논 놀이는 형이나 언니가 동생을 돌보는 과정에서 행해졌던 놀이들입니다. 어찌 보면 동생은 재미있지만 형이나 언니는 재미보다 쉬는 과정, 아이 돌보기 과정의 연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사회에서 주로 아이 돌보기는 그들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놀이들은 기본 형태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응용하여 활용 가능한 것을 골라 자세히 설명하고 적용 방법도 언급하고자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전래놀이

서로를 온몸으로 느껴요, ‘토끼씨름’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팔을 뒤로 엇갈려 낀 상태에서 번갈아 숙였다 늘였다 하는 놀이로 흔히 찡꽁빵꽁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이름은 토끼씨름입니다.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은 친밀감을 높일 수 있고 단순한 동작에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보통 먼저 한 아이가 ‘찡-꽁’하면 마주한 사람이 ‘빵꽁’하고 ‘토끼야’-‘왜’, ‘어디 가니?’-‘저기’, ‘뭣 하러?’-‘씨름하러’, ‘어떻게’-‘이렇게’라고 주고받습니다.

 

별다른 규칙이 없이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 간단한 놀이지만 온 몸을 써야 하기에 재미있어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는 어른들과 지점이 다릅니다. 단순 또는 복잡한지, 규칙이 있는지 여부보다 평소에 해 보지 않은 것 자체에 흥미를 보입니다. 유아놀이를 어른은 놀이 같지 않다고 여기지만 이는 어른이 보기에 그럴 뿐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덩치가 비슷한 아이를 골라 조금씩 숙이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이 숙이면 다리 힘이 약하기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해서 요령이 생기고 다리에 힘이 붙으면 덩치 차이가 어느 정도 있어도 거뜬히 해 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해 내면 재미를 느껴서 좀 더 차이 나는 아이와 시도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 몸뿐 아니라 상대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 아침이나 점심 전후로 자주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시 숙이다가 넘어질 수 있기에 바닥이 푹신한 곳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놀이, ‘어디까지 왔나’

 

‘어디까지 왔나’는 아이의 눈을 뒤에서 손으로 가리고 따라가거나 어른이 손을 뒤로 해서 눈을 감은 아이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이가 묻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이때 눈을 뜬 상태에서 답하는 사람은 어른이고 아이는 계속 어디까지 왔는지 묻게 됩니다.

 

어디까지 왔나/ 당당 멀었다(반복) 어디까지 왔나/ 개울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나/ 대문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나/ 마당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나/ 마루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나/ 다왔다

 

아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이동하는 것과 아이가 눈을 끝까지 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공간을 떠올리면서 주변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평소에 자신이 사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가 앞에 서고 아이들 4~5명이 눈을 감고 앞사람의 어깨를 잡게 한 다음 천천히 이동하면 될 것입니다. 이때 아이들이 ‘어디까지 왔나’를 합창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여럿이 발을 맞추는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눈과 귀의 운용능력을 향상시키는 놀이, ‘코코코’

 

‘코코코’는 여럿이 앉혀놓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놀이입니다. 교사가 코를 짚으면서 “코코코~”를 하면 아이들도 모두 따라합니다. 이때 입으로 ‘눈’하면서 귀를 잡으면 아이들은 동작이 아니라 말을 따라 눈을 잡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말과 동작을 일치시키는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 잘한다 싶으면 동작보다 말을 따라해야 한다고 하고 전개합니다. 아이들은 따라쟁이입니다. 주로 보고 따라하는데 점차 말에 의한 지시에 익숙해져야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문 닫아라’고 말하면 닫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듣는 능력도 부족한 상태이기에 이 놀이를 통해 눈, 귀의 적절한 운용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위와 같은 놀이를 반복하여 아이들이 익숙해지면 아이들끼리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2명이 마주 보고 가위바위보로 누가 이끌 것인지를 정하고 놀 수 있습니다. 집에서 부모와 해 보라고 권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놀이, ‘감자싹’과 ‘어느 손’

 

‘감자에(주먹)/ 싹이 나서(가위)/ 잎이 나서(보)/ 유-리 항아리’인데 어른들은 대부분 음을 알 것입니다.

 

감자는 어떻게 생겼는지(주먹) 싹이 어떻게 나오는지(가위) 잎사귀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하면서 노래와 동작을 연습시킨 다음 마지막에 유-리 항아리에서 양손을 돌리다가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승부가 나지 않으면 마지막만 되풀이해서 승패를 가릅니다. 진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의 목 뒤를 한 손가락으로 짚은 후 진 사람에게 손을 펴면서 어느 손가락인지 맞추게 하는 것이다. 못 맞추면 맞출 때까지 되풀이합니다.

 

소통은 경험의 공유를 전제로 합니다. 함께 어떤 것을 했다는 것만큼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직접 살끼리 부딪치는 것은 양질의 경험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타인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는 과도기적인 놀이가 ‘어느 손’인 셈입니다. 또한 가위바위보는 <시작을 위한 놀이>로 이후 커가면서 해야 하는 많은 놀이의 기본이 됩니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힐 필요가 있는데 이를 충족하는 놀이가 ‘감자싹’인 셈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처음만 교사가 개입하고 이후 짬이 나는 대로 권할 필요가 있습니다. 몸에 밸 정도가 되려면 무한 반복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재미를 좇는 부나비와 같아서 조건만 마련해주면 즐겁게 놉니다. 일상에서 구현되어야 할 놀이입니다.

친구가 좋아요, ‘어깨동무 씨동무’

 

2~3명의 아이들이 어깨를 걸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하면서 목적지를 가는 놀입니다. 이 놀이도 관계 맺기 능력과 연관된 놀이로 주목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깨를 걸고 이동할 때 느껴지는 친밀감은 말로 전할 수 없는 몸으로의 소통입니다. 서양 문화에서 포옹과 가벼운 입맞춤, 악수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노래가 있는데 이는 놀이에 서툰 아이들에게 완급과 흐름을 제공함으로써 재미를 느끼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여러 노래 중에 “어깨동무 씨동무 미나리 밭에 앉았다. 동무동무 까치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란 노래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전부를 외게 한 다음 놀이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 소절만 반복하는 것이 놀이를 지도해보니 적당합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즐기면 나중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이 놀이를 할 때 처음에는 개별로 노래에 맞춰 이동하고 앉는 연습을 충분히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리듬에 몸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 되면 2명, 3명으로 늘리고 최대한 4~5명을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많으면 앉았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 놀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이 놀이는 형이나 언니가 동생들을 끼워주는 방식으로 놀았는데 어린 아이의 능력에 나머지가 맞춰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상황이 다르기에 이를 고려해 지도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목적지를 정해서 돌아오거나 실내에서 실외로 이동할 때 수시로 하면 이후 여럿이 함께 움직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 물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로 ‘두꺼비집 놀이’가 있습니다. 여럿이지만 개별인 이 놀이는 모래란 최적의 놀이 소재로 인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놀이입니다. 두꺼비집을 만들고 다른 두꺼비집과 연결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두꺼비집이 연결되어 모래 속에서 서로의 손이 만났을 때 느낌은 좋은 추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그 밖에 영유아들이 할 수 있는 더 많은 놀이가 있는데 이는 전통사회에서 만들어진 놀이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즉 어른-형이나 언니가 놀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어린 동생들이 따라하는 형태의 놀이입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동년배 또는 비슷한 어린 아동이 모여 있는 어린이집에서의 적용은 좀 더 세심한 배려와 단계적 지도가 요구됩니다.

아이들은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놀아주는 것을 힘겨워합니다. 이를 해결할 열쇠가 전래놀이입니다. 다만 처음에 놀아주되 점차 어떻게 하면 자기들끼리 놀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호 대표

이상호

사)놀이하는사람들 대표. 1987년부터 약 30여 년 동안 아이들에게 놀이를 되돌려주기 위해 놀이조사, 연구, 집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가슴펴고 어깨걸고 1,2(우리교육)』, 『전래놀이 101가지 상, 하(사계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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